1.1 진공의 바다
“nothing will come nothing(아무것도 없다면, 결과는 어떤 것도 없다.)”
이 말은 영국의 위대한 희곡작가인 William Shakespeare가 리어왕 중에서 언급한 대화로서, 풀어서 말하면 “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것도 줄 수 없다.”라는 뜻이다. 이와 같이 Shakespeare는 도덕적인 주제를 논함에 있어 진공(眞空)이나 무(無)에 대한 개념을 많이 사용하곤 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추상적인 말로서, 이용하기 좋았기 때문에 자주 애용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공(Vacuum)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초등학교 어린이일 경우에 답변을 들어보면, “공기가 없는 상태입니다.” 혹은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등으로 답한다. 그리고 어른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대답이 나오는데, 이를 종합하여 정리해보면 “진공이란 비어 있는 상태, 즉 어떠한 것도 없는 공허한 상태지요.”라고 말한다. 또한, 공학계열의 학생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질 경우에 매우 흡사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질문에 답변들은 대체로 학문의 수준에 커다란 차이 없이 비슷한 답을 얻게 되며, 모든 답들이 사실 타당한 것이라 생각된다. 진공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어렴풋이 그 의미가 유사하지만, 바로 “진공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단언해서 말하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진공에 대해 기술해보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표현에서 “아무것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다시 물어보면, 진정 아무것이 무엇인지를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계속되는 질문에 사실 정확하지 않는 답으로 끌려가기가 싫어서 일 것이다. 진공에 대해 공부하는 이 책에서는 다시 몇 가지 진공에 대해 더 질문을 던져 보기로 하자. 이유는 이 책에서는 진공의 기술을 다루고, 또한 진공에 대해 더욱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는 의미에서 “물리적인 무(無)로서의 빈 공간인 완전 진공(perfect vacuum)이 있을까?”, “인공적으로 완전 진공을 만들 수 있을까?”, “우주 공간에는 이와 같은 완전 진공이 존재할까?” 마지막으로 “이러한 진공의 공간에서는 중력이 영향을 미칠까?” 등의 많은 의문이 예전부터 진공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나 중세의 과학자들 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특히. 중세에 종교적인 지배하에서 이와 같은 사고는 당시 실험과학자들이 이교도의 영역으로 몰리면서 목숨까지 보지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상적인 진공의 바다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본 장을 통하여 공부하면서 양파의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이 살펴보도록 한다.
1.1.1 진공의 정의
진공이란 원래 라틴어 ‘vacua’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비어있다”라는 의미이다. 진공은 기체, 즉 물질이 없는 공간의 상태를 의미하게 되는데, 이러한 이상적인 진공에서는 압력이 “0”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와 같은 완전한 진공의 상태를 인공적으로는 제작하기란 불가능하다. 진공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공 기술에 대해 국제적인 규격을 제시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Standard Organization)와 미국 진공학회(AVS; American Vacuum Society)의 기준을 따르면 다음과 같다. “진공이란 대기압보다 낮은 상태의 압력을 의미하거나 분자 밀도가 2.5x1019분자/cm3 보다 적은 경우를 의미한다.”라고 하였다. 진공에 대한 실질적인 개념은 일정한 공간이 주위의 대기보다 적은 기체를 가진 것을 나타내며, 즉 대기보다 압력이 낮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진공 기술을 공부하면서 처음과 끝은 바로 일정 공간 내에서 기체분자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물리학에서 압력을 정의하면, 가해진 힘을 힘이 가해진 면적으로 나눈 값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압력은 일정한 면적에 가해진 힘이라 말한다. 진공을 기술하면서 일전한 진공 용기(vacuum vessel) 내에는 무수한 기체 입자들이 존재하게 되며, 이러한 기체 입자들은 공간을 자유로이 움직이면서 부딪치게 된다. 더불어 입자들은 어떤 물체(진공용기에서는 용기 내벽 등)와 부딪쳐 힘을 전달 하거나 압력을 가하게 된다. 따라서 진공용기 내벽에서 단위 면적당 표면에서 입자 충돌의 강도를 측정하면, 바로 진공 용기의 압력을 얻을 수 있다. 진공펌프는 진공도에 따라 여러 형태를 사용하게 되며, 응용하는 진공의 용도에 의해 기체를 용기 밖으로 뽑아서 제거하거나, 혹은 기체를 펌프에서 포획하기도 하며 기체의 형태를 변환하기도 한다.
1.1.2 대기압의 인식
사실 우리 인간은 지구의 표면에 살면서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공기의 바다 밑바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산업의 발달이나 자동차의 공해에 의한 스모그, 황사와 안개를 제외한다면,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공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가장 많이 존재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망각하거나 별로 주의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공기도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별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공기의 존재를 어떻게 알 수 있을는지 혹은 공기를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등의 의문이 생기게 된다. 물론, 등산을 하게 될 경우에 높은 산으로 오르면 공기가 희박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고, 바람이 많이 부는 경우 걷거나 자전거를 타게 되면 공기의 존재를 알 수 있다. 특히, 속도를 위주로 경기하는 단거리달리기 선수, 스키선수, 경륜 선수 및 자동차경주 등은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게 된다. 대기압에 대한 정량적인 측정은 17세기에 Evangelista Torricelli가 기압계를 발명하면서 알 수 있게 되었다. Galileo Galilei는 광산에서 물 펌프를 이용하여 단지 34 feet(10.36m) 정도만 끌어올릴 수 있을 뿐,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 할 수 없었다. 그러나 Torricelli는 물 펌프의 입구에서 물을 누르는 공기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을 인지하였고, 이를 실험하기 위해 물보다 밀도가 큰 액체로 수은을 사용하게 되었다. 수은의 밀도는 물에 비해 약13.6배이고, 따라서 물의 질량보다 13.6배 무겁다. Torricelli는 실험을 준비하면서 한쪽 끝이 막힌 약 1m 정도의 유리관을 사용하여 수은을 채운 후에 손가락으로 열린 쪽을 막고 뒤집어 수은이 채워진 용기에 담갔다. 수은은 평형이 이루어지기까지 유리관을 따라 내려가다가 정지하고 수은 기둥은 대략 76cm 정도의 높이를 유지하였다. 또한 Torricelli는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하여 유리관의 수은 기둥 윗부분의 공간이 진공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하였으며, 수은 기둥이 더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유리관의 수은 기둥 위로는 진공으로 압력이 ‘0’이지만, 수은 기둥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은기둥의 무게만큼 아래에서 대기압으로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Torricelli의 실험에 의해 대기압의 단위를 수은의 높이(cmㆍHg 혹은 mmㆍHg)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수은의 밀도를 알고 수은 기둥의 부피를 알아내면, 수은의 무게를 구할 수 있으며, 이를 유리관의 단면적으로 나누면 단위 면적당의 힘, 즉 압력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결과로부터 표준 대기압을 76cm의 수은 높이로 나타내며, 즉 1기압은(1 atm=760 cmㆍHg) 약 100Pa로 환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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